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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일상

블랙 컨슈머와 호갱의 사이



신혼초에 장만한 진공청소기가 있는데 매번 플러그를 꼽아야하고 소리가 커서 언제라도 자주 사용할 수 있을 용도로 무선  청소기를 알아보다 구매한 일렉트로눅스 청소기가 있다.

작은 무선 청소기는 몇 만원 정도면 살 수 있었지만, 좀 더 고장없이 오래쓰고, 모양도 예쁜 청소기를 알아보다 일렉트루눅스의 울트라파워 플러스 (ZB5012)를 알아보게 되었는데, 밧데리 용량이 커서 흡입력이 좋고 여러가지 기능이 많은 프리미엄 급 청소기였다. 하지만 무선청소기라는 점에 비해서는 가격이 상당히 쎄서 큰맘먹고 구매하게 되었다. 





사실 청소를 해본 사람이면, 유선 청소기를 사용할 때 제일 귀찮은 일은 준비 과정과 철수 과정에 있다. 청소기를 빼서, 전기를 꼽고, 다 쓴다음 다시 코드를 뽑고 갖다놓는 일들이 꽤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핸디 청소기가 생긴뒤로는 한달에 한두번 하는 대청소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것만 사용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청소기를 충전할 때 점등하는 LED에서 전에는 본적없는 적색 등이 켜지기 시작하면서 인데, 이때부터 충전을 해도 더이상 청소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사용설명서를 봐도 이 적색등이 점등하면 서비스 센터로 무조건 가야한다고 설명이 되어 있다. 


일렉트로눅스는 동부대우전자서비스에서 A/S를 대행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의 거리가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주말에 시간을 내서 찾아갔는데, 담당기사가 제품을 살펴보더니 충전부품에 문제가 생겨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충전 부품과 같이 배터리도 같이 교체해야하는데 (충전 부품이 변경되어 배터리도 변경되어야 한다고), 그 금액이 20만원을 넘는단다. 제품 보증 기간이 1년내라면 무상 A/S가 가능하지만 이미 지난 후였다.


순간 그 얘기를 듣고 정신이 멍해졌다. 제품 가격의 절반 정도나 되는 금액을 1년이 갓지난 제품에 다시 쏟아부어야 한다니, 더군다나 이 제품은 오래 고장없이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산 세컨드 청소기인데. 부품이 고장났는데 배터리까지 교체라니. 기사는 여기는 대행하는 곳이라 가격에 대한 흥정은 있을 수 없다고만 하니.


그자리에서 바로 일렉트로눅스 상담원과 통화를 했다. 1년이 갓 지난 제품이 고장나서 왔는데, 어떻게 A/S가격이 제품의 절반을 넘느냐. 왜 고장난 부품의 교체하는데 배터리까지 교체해야 하느냐.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끝까지 듣던 상담원이 한마디를 했다. 고객님 사정은 다 이해하는데, 기술적인 부분은 이곳에 하시면 안된다고. 기사가 그렇게 얘기했으면 맞는거라고. 그리고 안타깝지만 보증기간이 지났으면 수리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거라고. 그리고 끝이었다. 난 다시 고장난 청소기를 가져와야 했다.


나도 이해한다. 모든 제품은 수리에 대한 보증기간이 있고, 언젠가는 수명을 다한다는 것을. 하지만 어느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제품의 특성만 고려하는 게 아니다. 제품이 고장이 나거나 소모부품을 교체할때의 가격과 서비스 품질이 더 크게 작용할 수 도 있다. 이 제품을 큰맘먹고 사게된 계기도 일렉트로눅스라는 브랜드와 잔고장의 유무, 또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구매한 제품에도 문제가 있는 것을 알게됐다. 네이버에서 "ZB5012 회로"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제품의 충전회로에 문제가 많다는 것. 





다시 일렉트로눅스 상담원과 연결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1년이 지나 고장날 제품이라면 왜 사겠냐며 감정에 호소하는 질문도 해봤다. 왜 부품이 고장났는데 배터리도 교환해야 하냐. 다시 원론적인 질문을 했다. 그제서야 상담원이 팀장과 얘기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며칠 뒤 전화가 왔는데, 드디어 해당 수리비에서 배터리를 제외한 부분만 청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단다. 이로써 난 (아직 그정도의 부품가격에 A/S를 받아야 되는 것에 불만이 있었지만) "12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청소기를 다시 정상 작동 시킬 수 있게 됐다.


요즘 블랙 컨슈머가 화제다. 백화점에서 직원을 무릎꿇게 하고, 말도 안되는 억지로 갑질하는 고객들이 많다. 정말 사람에 대한 예의도 없는 못쓸 고객들이다. 

한편 저 뒷편에 그저 대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에서 말도 못하고 그저 손해를 보는 호갱들이 많다.


블랙 컨슈머와 호갱의 사이에서 적당히 손해보지 않고 사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시대이다.

* 참고로 블랙 컨슈머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Broken English 인 것 같다. Black은 African American을 의미하기에 흑인소비자라는 의미로 오역될 수 있을 듯 하다. 아마도 Bad Customer, Customers from hell 정도가 맞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