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영화나 TV드라마 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끝없이 느껴지는 진통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서 옆에서 오랫동안 아기가 태어나길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병원의 특별한 경우처럼 분만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거나 탯줄을 자르거나 했던 건 아니지만, 아기가 태어나자 마자 숨구멍을 터주는 과정에서 아빠를 불러줬습니다. 아이를 받아안았을 때는 나의 모든 감각이 아기의 떨리는 숨결에 집중하였고 나도 모를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습니다. 그렇게 서현이는 태어났습니다. 서현이가 함께하는 세상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제한된 시간에만 만날 수 있었던 며칠은 나의 2세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설레임을 갖고 아기를 만나기 위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존재를 확인하고 엄마의 뱃속이 아닌 세상속에서 작은 손짓으로 소통하는 나의 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아직 어떻게 안아야하는지, 젖은 어떻게 먹이고 귀저기는 어떻게 가는지 미숙한 아빠가 마냥 시작된 설레임만으로 아기와 함께했던 시간은 만 3살을 향해가는 서현이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해서 간직해야할 마음가짐일 것 같습니다. 언젠간 다커서 부모의 곁 보다는 세상속으로 더 다가가고 싶어할 순간이 오겠지만 적어도 함께했었던 함께 해야할 순간들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비록 아빠를 완전히 보거나 말할 수는 없었지만, 서현이도 누군가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기억이 어렴풋해지는 시점에 다시한번 사진을 보면서 옛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제가 시간의 흐름속에서 과거와 응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옆에 앉아있는 4살박이 서현이에게 말해봅니다. "서현아, 우리 아기 서현이한테 인사해볼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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