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고, 다양한 장소와 이야기 꺼리들이 있어서,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이제라도 완전히 기억에서 잊혀지기 전에 정리하려고 하니 어디서 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막막하지만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한다.
뉴욕은 테이크 투어 여행사를 통해 출발했던 시작점이자 그 후 머물렀던 곳이다. 뉴욕시의 시작은 한식 레스토랑에서부터 였다. 워싱턴 D.C에서 3일 동안 있는 동안 먹었던 음식은, 피자, 버거 등 온통 느끼한 음식들인데다, Amtrak의 뉴욕시 목적지 역인 펜스테이션 (Pennsylvania Station) 근처에 마침 한인타운이 있어서, 역에서 내리자 마자, 한인타운를 먼저 찾았다.
다행히, 펜스테이션에서 한인타워는 가까웠다. 온통 영어뿐인 세상에서 만나는 한글 간판은 낯선곳에서 동향친구를 만났을때와 비슷한 듯 하다. 아무말도 안통하는 낯선곳에서 내가 잘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안이 된다.
한 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가, 부대찌개와 떡볶이를 시켰다. 떡볶이 1인분이 20달러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국은, 특히 뉴욕은 사람이 서비스하는 모든 것이 비싸다. 과일이나 채소같은 원재료는 싼 편이지만, 인건비가 워낙 비싼 편이기 때문에 외식비용은 훨씬 비싼 편이다. 또 거기다 20%정도의 팁을 챙겨줘야 하니, 한국과 비교 하면 많이 비싼 편이다.
떡볶이를 한입 베어문 딸래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10살도 채 안된 아이가, 이유식을 떼기 시작한 이후로 따지면 5년도 채 안되게 먹었던 음식인데, 3일 정도 못먹었다고 그렇게 음식에 대한 향수가 생기나 할 정도로 잘먹는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미국 여행중 내내, 김치찌개와 떡볶이를 노래를 불렀다.
[이미지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
1970년대 이후 32번가 일부에 한인업소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면서 이 지역을 미국인들이 케이 타운(K-Tow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32번가(32nd Street)에서 5번가(5th Ave.)와 브로드웨이(Broadway) 사이의 길 명칭은 공식적으로 한국의 거리(Korea Way)로 통용되고 있다.
그렇게 맨해튼에서 첫 식사를 하고, 숙소에 먼저 체크인을 하기로 한다. 우리가 머물려고 하는 숙소는 타임즈 스퀘어 근처의 웨스트 51번가에 있는 한 빌딩에 있는 한인민박이다. 코리아타운에서 조금 나와서, 타임스퀘어쪽으로 브로드웨이를 30분쯤 걸으면 나오는 곳이다.
이길을 걸으면서, 뉴욕의 바쁜 일상과 영화에서 익히 보던 뉴욕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특히 워싱턴 D.C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번잡하기 까지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덧 숙소 매니저와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한인민박은 실제론 미국내에선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고층 아파트의 한 호를 쉐어룸으로 만들어서, 민박을 하는 경우인데, 당연히 옆집에는 피해를 주면 안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미국에선 작은 피해라도 경찰을 불러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경찰 조사를 받을 수 도 있다.)
친구집에 놀러온 것처럼,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매니저와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서 들어가야 했다. 매해튼의 중심가에서 가성비로는 이만한 곳이 없기도 하고, 우리가 여행하는 시기가, 미국의 봄방학과, 한국의 연휴기간이 곂쳐, 거의 성수기 수준의 호텔 비용을 감내하기가 힘들었다. 이틀을 이곳에서 묵고, 3박 4일간 나이아가라 폭포/캐나다 여행을 갔다온 후, 다른 민박집에 미리 예약을 해둔 터였다.
드디어 도착한 숙소, 장시간 기차를 타서 피곤하기도 했고, 비오는 매해튼의 중심가를 걸어오면서 젖은 탓인지, 보송보송한 숙소 내부가 아늑해 보였다. 푹신푹신한 침대 매트리스가 이렇게 사람을 빨아드리는 매력이 있을줄 몰랐다. 비오는 매해튼의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창밖으로 복잡한 매해튼의 빌딩숲이 보인다.
하지만 미국 그것도, 미국의 핫플레이스라는 뉴욕의 매해튼에서 이렇게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아직 비가 오는 중이지만, 잠시 휴식 후, 나가기로 한다.
아직 비가오는 매해튼 거리. 거리엔 퇴근을 재촉하는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이 미묘하게 섞인다. 한눈에 봐도 관광객인 사람들과 또 한눈에 봐도 뉴요커인 사람들이 있다. 분주하게 하루를 마친 뉴요커들의 발걸음은 어서 빨리 집에가고자 더 급해보인다.
어둠이 깔린 매해튼의 빌딩들 사이로, 화려한 광고판들이 제마다의 빛깔로 자태를 뽐낸다.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불빛은 이곳 매해튼의 상징이라 할 수 있겠다. 타임스퀘어에서 매년 관광객들이 일년에 최소 1억 장의 사진이 찍힌다고 한다. 뉴욕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일년에 약 3천만명이며 뉴욕 관광객의 대부분이 타임스퀘어를 방문한다고 하니, 이곳의 전광판들이 얼마나 비싼값으로 자기들만의 몫을 다하기 위해 빛을 뽐내는지 알만하다.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다.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복잡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종로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처럼, 노숙자 같은 사람들이 술에취해 앉아있는 모습도 흔히 보인다.
잠시 비를 피한뒤,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라이온 킹 (Lion King)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간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그것도 유명한 라이언킹을 본다는 생각에 설레임이 더 커지는 순간이다. 라이온 킹 (Lion King)이 공연 중인 Minksoff Theatre은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들이 모여 있는 극장가(Theater District)에 위치하고 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순간이다. ORCH 좌석의 H열 9- 13좌석에 배정 받았다. 약간 앞쪽이지만, 왼쪽벽과 너무 붙어 있어 그리 좋은 좌석은 아니었다. 좌석 예매를 Ohshow를 통해서 했는데, 좌석배치는 복불복인듯 하다.
드디어 막이 올리면서 공연이 시작되고, 뮤지컬의 첫 장면은 동물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표현밖에는 할 수 없다. 동물 분장을 한 배우들이 하나 하나 나타날때 마다, 동물의 절묘한 동작 하나하나를 표현해 내는 배우들의 숨겨진 모습을 찾는 것이 재미였다. 또 바로 옆 통로 쪽에서 무대로 지나가는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놓칠 수 없었다.
[이미지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본토 발음의 아주 빠른 영어로 하는 대사가 많기 때문에 내용을 알아듣기가 힘들었지만, 무대 구경만으로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뮤지컬이었다. 애니매이션으로 봤던 한 장면 한 장면이 이렇게 뮤지컬에서 실제의 무대 장면으로 표현해 내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 까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배우들의 동물 연기도 뛰어 났지만, 무대 연출에서 의상이나 메이크업에 많은 공을 들여 실제로 동물들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쉽게도, 딸 아이는 시차를 극복하지 못한채, 인터미션 이후로 잠이 들고 말았다.
2시간의 공연이 끝난후, 무대인사를 하는 동안은 아직 채 가지 않은 감동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누구나 할껏 없이 열연했던 배우들에게 진정 큰 박수를 쳤다.
모든 공연이 끝난후 아직 비몽사몽하고 있는, 딸래미를 기어코 기념촬영할 수 있는곳에 세웠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아직 비가내리고 있는 매해튼에서의 시계는 9시를 넘어간다. 배가 고프고 비가오는 데, 가까운 식당을 찾아가기로 한다. Yelp를 통해 근처 맛집을 찾아 극장 바로 앞의 식당을 찾아간다.
우리처럼, 공연을 보고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식당은 북적북적했다. 아무래도,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았고, 여기저기서, 불어와 이탈리어도 많이 들렸다. 우리는 담당서버의 도움으로, 오늘의 메뉴인 양고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반주로 뉴욕에서 자주먹었던 블루문 맥주도 함께.
요리가 나오자 그 크기에 깜짝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정말 큰 접시에 도저히 우리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은 아닌듯 보여 이렇게 큰줄 몰랐다고 담당 서버에게 하소연을 했다. 하지만 두고보자는 식으로 반응했는데, 정말 저렇게 많은 양을 다 먹어치웠다.
딸래미는 아직도 비몽사몽이라, 음식을 입에 넣어주면 그때 잠에 취한채 씹곤했다.
그렇게 먹은 양고기 스테이크와 샐러드, 샐러드는 저기서 말하면 계속 또 준다. 옆에서 지켜보단 프랑스 가족들이 (6명쯤 되는 인원), 우리가 먹는게 맛있게 보였는지 같은 걸 시켰다. 6명이 먹는 양을 우리는 두사람이서 먹은게 되는건가 싶어서 민망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맛있게 먹어서 저들도 같은 걸 시켰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뉴욕 매해튼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비가 오는데다, 정신없는 뉴욕의 거리에서 아직 익숙치 않아 거리를 배회한적도 있었지만, 첫날 치고는 다양한 볼거리와 맛집을 찾을 수 있어서 행복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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