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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일상

경향신문 연중기획 심리톡톡-나를 만나는 시간 - 2월강연 정혜신



우리가 살면서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누구나 한번쯤은 정신적으로 버거운 시기가 있을 것이고 그때 한번쯤은 정신과를 찾아가야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제로 정신과를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치료하자고 하면 그들은 화를 낸다고 합니다. 자신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만 같아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것이라는 데요. 고문피해자와 쌍용자 해고 노동자들의 집단 상담자로서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정혜신 박사의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아래는 경향닷컴에 올라온 강연록과 저의 기억을 더듬어 요약한 것입니다.


어렵게 얻은 아이를 잃은 엄마 이야기

어렵게 얻은 아기가 100일도 안돼 불치병으로 잃은 30대 중반의 여성에게 모두가 아기를 잊으라고 할때, 아기 엄마는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주위의 모두가 "잊어라" 하면서 위로해주고 설득해주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무심결에 달려간 병원에 가서 상황을 이야기 했는데, 처음으로 의사가 던진 질문이 "아기 이름이 뭐였냐"였다고 한다. 그 질문에 아기 엄마가 아기 이름을 석자를 말하면서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기가 어떤 존재이고 얼마나 그리운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분노도 같이 표현을 했다. 주변에서 아기 존재를 무시했다는게 주변 사람들의 분노로 나타났고 아이 이름을 물어보는 질문에 그 감정이 뚜렷해진 것이다. 그 다음부터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이란?

공감이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손을잡고 고개를 끄덕여주는게 아니다. 공감은 상대가 내 존재 자체가 온전히 다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받으면 공감한 것이다. 하지만 끔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부터가 시작인데 그것부터 어렵다. 공감은 내가 저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평가받지 않는다는 안전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느낌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게 되고 이야기를 하게된다. 그러다보면 치유가 일어난다. 공감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파악되는 것이다.


공감은 조언이나 충고가 필요한게 아니다.

상담과 치유를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이나 충고, 판단이나 평가를 멈추고 계몽이나 교훈을 멈추는 순간 치유가 시작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얘기를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계몽과 교훈은 거의 반동적으로 거부감을 부른다. 일방적으로 나온 모든 말은 무의식적으로 튕겨져 나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감이 남에게 좋은 말만 하고 내 이야기를 참는 것이 아니라 판단, 조언, 평가를 빼고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공감이다. "그말을 들으니 슬프다.", "마음이 이렇다" 라고 하면 나를 걱정하는구나라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다.


적정심리학

살면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잘안하는 것처럼, 내가 정신과 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안한다. 굉장히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다. 중간에 어떤 중간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중간자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감이다. 공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안하게 작동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 치유의 본질이 그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달나라에 갈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간단한 과학 기술로 삶이 달라지게 할 수 잇는 것처럼 적정심리학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감이다.


엄마성

누구에게나 '엄마성'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엄마처럼, 내게 온전히 공감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나도 엄마가 있어야하고, 그걸 바탕으로 누구에게 엄마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깊이 공감하고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는 엄마성이 필요하다. 누구한테는 부모 중 아빠가 그런 존재이고 이모가 그런 조잰인 사람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엄마성이라고 해서 꼭 엄마가 그런 존재일 필요는 없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


내 문제와 내 문제가 아닌 것의 구분

고문 피해자처럼 명백한 가해자가 있는 경우에도 자책과 자기비하감에 빠진 경우를 보곤 한다. 남 탓 하기보다는 자기 탓을 하다가 망가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마지막으로 무너지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용서하지 못하고 자기를 비난하는 것이다. 자기가 적이면 피할 데가 없다. 내문제와 내 문제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을 치열하게 해야한다. 자기성찰과 같이 내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런 능력은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이것이 무의식적 건강성이다. 내가 가져야할 균형감각이 항시 작동하기 때문에 내 문제와 아닌것을 잘 구분하고 보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공감으로부터 오는 공명

끔찍하고 힘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감정에 압도되어 공명하는 상태를 느낄 때가 있다. 깊이 공명함으로써 내 힘이 되고 용기가 되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더 큰 기를 얻게 된다. 


Important

  •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점, 속마음 그 자체를 마주쳐주는 것이다.
  • 상대에게 내 존재가 온전히 다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느끼는 것이 공감이다.
  • 판단, 조언, 평가, 계몽, 교훈을 멈춰라.
  • 공감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적정심리학이다.
  • 누구에게나 엄마성이 필요하다.
  • 내 문제와 내문제가 아닌 것을 구분하여 보호하는 것이 자기성찰보다 더 중요하다.